8월 9일자 한겨레신문에 난 기사를 요약하면 혼자 사는 한 할머니의 ‘부양비’가 56만원으로 산정되었는데 1인 가구 최저 생계비가 약 55만3000원이어서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제외되었다는 것입니다. ‘부양비’는 부양의무자인 딸과 사위의 소득의 일정부분으로 계산되는 것입니다. 즉, 딸 부부가 56만원 정도는 할머니에게 줄 여력이 된다고 산정되었기 때문에 그 할머니에게 생계비 지원이 필요 없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지요. 그 할머니는 이전까지 39만원 정도를 생계비로 받아왔었기 때문에 그 충격에 자살을 택하였다고 합니다.
제가 이 기사를 읽고 가졌던 궁금증은 우리나라의 복지체계가 7천원에 한 사람의 생명이 좌우될 만큼 허술한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궁금증은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의 자료를 보고 바로 해소될 수 있었습니다. 바로 다음 링크의 “보충급여의 원칙”을 보면 잘 알 수 있는데요, 한 사람의 “소득인정액” (할머니의 경우에는 부양비가 해당되겠지요)과 기초생활비 지원액이 합쳐져서 최저생계비가 되도록 지원한다는 뜻입니다. 즉, 만약 돌아가신 할머니의 부양비가 56만원이아니라 55만 3000원 이었어도 여전히 할머니에게 돌아갈 생계지원비는 0원이었다는 사실을 의미하지요. 결국 7천원이라는 수치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고 기사의 헤드라인은 사실을 과장하고 왜곡하는 면이 큰 것 같습니다. 사실 기사에 따르면 딸 부부의 소득의 대략 15% 정도가 부양비로 산정될 텐데 할머니가 이전처럼 39만원을 지원을 받으려면 딸 부부의 소득이 264만 원 정도 감소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397,000*100/15) 그렇다면 정확한 기사제목은 ‘264만원 때문에 기초수급자 제외되어...’ 와 같이 되어야 할 텐데 아무도 이런 기사에 주목하지 않겠지요. (참고로 딸 부부의 월 소득은 대략 800만원 정도였다고 합니다) 사회의 약자에 주목하는 것은 좋지만 이처럼 선정적인 기사로 독자를 현혹시키는 것은 지양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할머니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단지 “자식이 800만원이나 벌면서 배부른 소리 한다”라고 치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자식들에게 의존하고 싶지 않은 부모들의 마음도 있을 것이고 자식들과 사이가 벌어진 경우도 있을 텐데 단순히 자식의 소득의 일부를 부모의 소득으로 간주하는 것은 불합리한 면이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이를 "가족부양 우선의 원칙"이라고 지칭합니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은 일정 연령이상이 되고 본인의 소득이 없다면 자식의 소득과 상관없이 기초생계비를 지급하는 일종의 보편적 복지정책을 사용하면 어떨까라는 것입니다. 재원부족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을 차치하면 이러한 정책이 현재의 선택적 복지정책보다 더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재원부족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단순한 해결책이 있습니다. 바로 소득자에 비례하여 세금을 더 매기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책이 고소득자에게 더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것일까요. 제 생각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는 단지 예전에는 “800만원 버는 사람은 56만원 정도를 부양비로 지출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을 “800만원 버는 사람에게 56만원을 세금으로 징수”하는 것으로 바꾸는 식의 정책일 뿐입니다. 그들의 어머니는 55만3000원을 생계비로 받고 남은 7000원은 다른 사람에게 지원되겠지요. 물론 이러한 금액은 단순한 예시일 뿐이지만 간단한 정책의 변화가 사실상의 추가적인 부담은 거의 없이 더 합리적인 복지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보편적 복지냐 선택적 복지냐의 논쟁에서 저는 보편적 복지의 장점이 무엇이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런데 위에서 든 예가 보편적 복지의 한 가지 장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그러한 보편적 복지가 무조건적인 재원부족이나 불합리한 세금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