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생들은 밥그릇 걱정이 참 많습니다. 새내기 때부터 난 나중에 뭘 먹고 사나 걱정하지요. 많고 많은 밥그릇 가운데 오늘은 초등학교 선생님 밥그릇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기존 초등 교사 임용 시험에서는 서울의 경우 8점 지방의 경우 6점의 지역 가산점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교육청이 지난달 이 가산점을 올해 11월 시험부터 3점으로 축소하기로 발표하여 말이 많다고 합니다. 사실 서울뿐 아니라 모든 지역에서 이제부터는 가산점을 동일하게 3점만 지급한다고 합니다. 갑자기 닥친 제도 변화에 서울교대 학생들은 민감하게 저항하고, 여기에 지방교대 학생들은 ‘제 밥그릇 챙기기’라며 비난을 하고 있는 상황이지요. 다같이 자기 밥그릇 걱정에 바빠 이웃의 밥그릇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잘 모르는 요즘, 교사가 꿈이 아닌 독자는 처음 듣는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잠깐의 짬을 내어 과연 어느 쪽이 맞는지 함께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애초에 이 제도가 생긴 목적은 ‘지역 인재의 수도권 유출을 막고 지방교대/사대를 육성하자’는 취지였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목표가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지방교대에서 길러진 교사들이 그 지역에 남아 직장을 잡도록 하자는 취지이지요. 나머지 하나는 지방의 우수한 학생들이 서울로만 빠져나가지 않고 자기 지역 교대에서 교육받도록 하자는 취지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기존의 지역 가산점 제도는 이러한 역할에 적합했을까요?
우선 두 번째 목표부터 검토해 봅시다. 지역과 상관없이 똑같이 경쟁하게 했을 때 서울소재 교대의 합격률이 더 높아 지방과 서울 교대의 뚜렷한 서열이 발생하는 상황을 우려한 제도로 보입니다. 출신 지역에서 교사 생활을 하기를 희망하는 고등학생을 상정한다면 효과적이겠지요. 가산점이 없다면 아무래도 합격률이 높은 서울소재 교대에 지원했겠지만, 가산점을 고려한다면 자기 지역에 남는 것이 유리하니까요. 하지만 서울 학교에서 근무하기를 희망하는 지방 출신 학생에게는 반대의 효과가 나타납니다. 원래는 지방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임용 시험을 서울로 지원했을 학생이, 집을 떠나 생활하는 추가적인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가산점을 위해 서울의 교대에 지원할 테니까요. 둘 중 어느 효과가 더 클까요? 개인적으로 제 주위 친구들을 둘러볼 때, 지방에서 직장을 구하고 싶다는 친구는 정말로 찾기가 어렵네요.
이제 첫 번째 목표를 봅시다. 그 지역 교대 학생들이 그 지역에서 교사 생활을 하도록 유인하는 제도임은 당연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미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서울로 빠져나가고, 반대로 서울에서 임용될 자신이 없거나 서울 소재 교대에 지원할 성적에 미치지 못하는 학생들이 지방 교대로 유입된 상황이라면, 이는 결국 지방의 이익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성과입니다.
종합해보면, 우수한 교사지망생들이 서울로 빠져나가는 단계를 ‘대학교->임용’에서 ‘고등학교->대학교’로 앞당긴 것 이외에는 실질적 효과가 거의 없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지방 출신 학생들이 서울에서 유학하도록 만들어, 추가적인 비용만 발생하게 되지요. 고등학교 때는 서울 지역에서 가르치려다가 대학교에 들어와서 지방에 가기로 (또는 그 반대로) 마음을 바꾸는 학생들에게 추가 비용을 괜히 물리게 되는 부분도 그렇고요. 그래서 저는 가산점 축소 자체에는 찬성합니다.
하지만 정책 변화를 결정하자마자 도입하기로 한 것은 큰 문제로 보입니다. 자원의 임의적 재분배가 일어났기 때문이지요. 가산점을 갑자기 축소한 것은, 가산점을 의식하고 지방에서 서울소재 교대로 유학 중이던 학생들의 미래 기대 효용 중 일부를, 지방에서 공부하면서 서울지역 임용 시험을 준비하던 학생들에게로 이전하는 효과를 낳습니다. 사회적 총합이 줄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런 임의적인 재분배는 함부로 하면 안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만일 제도를 2013년에 교대에 입학하는 학생들에게부터 적용한다면 발생하지 않을 문제이지요. 대표적으로 서울을 들었지만, 모든 지역 임용고시에서 그 지역 교대 출신 학생들과 타 지역 교대 출신 학생들 사이에 임의적 재분배가 발생하겠지요.
한편 ‘상대평가 내신’이 임용고시 전체 성적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면 추가적인 재분배가 발생할 것 같습니다. 만일 같은 학생이 지방교대에서 받을 수 있는 성적이 서울교대에서 받을 수 있는 성적보다 높고, 이렇게 지방교대와 서울교대 사이에 학생의 ‘학업능력’(좁은 의미로 사용합니다) 사이에 간극이 발생한 이유가, 학업능력이 높은 학생들이 가산점을 노리고 서울교대로 몰렸기 때문이라면 말이지요. 물론 이 효과도 2013년 교대에 입학하는 학생들부터는 사라지게 됩니다.
사실 각 교대의 경쟁률, 인생계획의 수정에 따른 비용 등의 모든 부수적 효과를 감안한 가산점 축소의 총체적 효과는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덧붙여 임용고시 성적이든 수능 성적이든 ‘시험성적’을 어느 정도 ‘교사의 자질’로 볼 수 있느냐의 근본적인 질문도 있지요.
요약하자면, 가산점 제도는 불필요한 사회후생의 손실을 낳으니 폐지가 옳다고 봅니다. 하지만 갑자기 기대 소득을 빼앗긴 서울 교대 학생들의 반발은 비난하기 어렵네요. 밥그릇은 중요하니까요. 물론 서울지역 가산점이 8점으로 오른 것도 갑자기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그때는 서울지역 교대 학생들이 이익을 보는 방향으로 부의 임의적 재분배가 일어났겠지요. 하지만 그 때 이익을 본 학생들과 지금 손해를 보는 학생들은 같은 사람들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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