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게임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Ben Polak의 Game Theory 강의 발췌).
여러 사람이 1부터 100까지의 숫자 중 한 개의 숫자를 각자 종이에 적는다.
종이에 적은 숫자의 평균을 구한다.
평균의 2/3에 제일 가까운 숫자를 댄 사람이 승리한다.
독자 여러분이라면 어떤 숫자를 적겠는가?
모든 사람이 똑똑하고, 다른 사람들이 똑똑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이 게임의 정답은 정해져있다. 게임에 이기기 위해서는 1을 적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100을 내더라도 그 2/3는 66이므로, 66에서 100 사이의 수를 적어서는 이길 수가 없고, 이 사실을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면 44에서 66 사이, 28에서 44 사이, …의 수를 적으면 지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1을 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게임을 실제로 했을 때 정말 1을 적은 사람이 이길까? 아니다. 여러분의 예상대로 보통은 1보다 큰 숫자를 적은 사람이 승자가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누군가 1보다 큰 숫자를 적었기 때문이다. 즉, 위의 붉은 글씨는 현실과 다르다.
요 근래 들어 필자는, “게임이론에 대한 연구는 왜 할까?”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처음에는 여러 유형의 게임에서 이기는 방법을 알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게임 참가자들이 갖는 Payoff와 Strategy에 대한 고찰은 일반적으로 게임의 승률을 높여줄 것이다. 자나깨나 축구 전술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축구를 더 잘 할 것 같지 않은가?
하지만 게임이론이 제시하는 최적전략(높은 승률의 전략과 비슷한 의미로 받아들여도 될듯)이 현실에서 유효하기 위해서는 위의 붉은 글씨와 같은 ‘가정’이 만족되어야 한다. 따라서 게임이론 연구자들은 현실에 부합하는 가정을 하거나 혹은 가정에 맞는 현실을 만들고자 하는 유인을 가질 거라고 생각된다. 이 글은 후자와 후자가 가져올 결과에 대한 고민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의도에서 쓰여졌다. 위의 게임의 예를 보자면, 모든 사람을 똑똑하게 만들고, 다른 사람이 똑똑하다는 것을 게임 참가자 모두가 인식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게임이론에 대한 연구와 교육이 활발해지고 관련된 글, 영상 등의 매체가 늘어날수록 사람들은 ‘아하, 이런 게임엔 이렇게 대처하는게 정답이구나!’라는 것을 알아갈 것이다[1]. 또한, 여러 게임에 대한 정답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실제로 “똑똑해지고”, “다른 사람도 똑똑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렇게 게임이론의 가정을 만족시키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게임이론이 이끌어낸 정답은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경제학에서 주로 쓰는 용어를 빌리자면, 게임이론의 연구 및 교육, 홍보는 게임이론의 가정을 현실화함으로써 이론적 결과를 실현시키는 자기실현적(Self-fulfilling) 행위라고 할 수 있겠다[2].
여기서 한가지 생각해봐야 할 점은, 게임이론의 연구결과가 그대로 실현되는 것이 좋은 것일까 하는 점이다. 게임이론에서 다루는 많은 간단한 게임들(1:1)의 경우, 선공, 후공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여러분도 많이 해보았을 “배스킨라빈스 써리원”게임이 대표적인 예이다[3]. 게임을 하는 두 명 모두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배스킨라빈스 게임은 선후공을 정하는 가위바위보에서 이미 승패가 갈리게 된다. 모든 사람이 게임이론의 가정을 만족시킨다면, 세상에는 선후공에 무관하게 랜덤하게 승패가 결정되는 게임만 남을 것이고, 어차피 게임의 결과가 랜덤이라면 그 중 가장 간단한 게임(예를 들자면 가위바위보) 하나만 남을지도 모른다[4].
아인슈타인은 인류 전체의 생명을 위협하는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 “E=mc^2”라는 등식을 창안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 한 줄의 등식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하는 데 디딤돌이 되었다. 게임이론의 연구 역시, 세상을 더 살기 좋게 만들지 아니면 사람들을 재미없고 무미건조하게 만들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5]
[1] 게임이론 관련 서적의 매출과 게임결과 사이의 상관관계를 확인해보면 흥미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2] 비단 게임이론 뿐만 아니라 경제학 역시 이러한 성격을 갖는 것으로 생각된다.
[3] 배스킨라빈스 게임은 무조건 선공이 이기게 된다.
[4] 물론 수많은 술자리 게임들은 랜덤이든 아니든 충분히 존재할 가치가 있긴 하겠다.
[5] 필자는 “모르는게 약”이라고 생각하나, 게임이론 연구자들도 먹고살아야 하므로 “적절한 속도”로 연구, 교육, 홍보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적절한 속도”라고 하면… 배스킨라빈스 게임을 할 때 이기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게 유지될 정도?(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