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7일 수요일, 매일경제
“진보진영 성장 고민없이 정권 잡을 수 있나”-‘노무현의 정책좌장’ 김병준 前실장
대통령은 당선되는 순간 먹을거리를 생각해야 한다.
한국 경제는 개방과 서비스산업 육성으로 성장해 나가야 한다.
한•미 FTA로 신산업이 활성화되고, 대신 정부는 사회안전망을 깔아주는 방향의 정책구상이었다.
성장과 복지를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지금까지 듣고 읽었던 한•미 FTA에 관한 이야기들 중 필자의 견해에 가장 부합한다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빌어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항상 경계해야 할 사고 중 하나가 ‘이분법적 사고’이다. 현재 대부분의 언론은 ‘성장 vs 분배’의 프레임을 언론 수용자들에게 주입시킴으로써 성장과 분배가 양립할 수 없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유포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 두가지가 양립할 수 없는 것일까?
김병준 前실장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곱씹어보도록 하자. 대통령은 당선되는 순간 먹을거리를 생각해야 한다. 헌법상 한국의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과 영토 보전 의무,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 수호의 책무,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노력 의무 등을 가진다. 이 의무는 우리 국민의 공통적인 ‘바람’이기도 하다. 국가의 독립과 영토 보전, 국가의 계속성 유지에 있어서 보다 강한 경제력을 가지는 것이 낫다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1]. 또한, 국가의 계속성 유지를 위해서는 국민들 사이의 부(富)의 분배 역시 중요한 이슈일 거라고 생각한다[2]. 즉, ‘먹을거리에 대한 고민’은 곧 성장과 분배에 대한 고민을 말한다.
개방은 나가는 돈과 들어오는 돈 모두를 늘림으로써 한국 경제에 머무는 ‘화폐’의 양을 늘리게 된다. 전혀 이윤을 내지 못하는 기업일지라도 영업활동을 통해 기업 구성원들 및 소비자의 풍요에 기여할 수 있듯이, 흑자규모에 무관하게[3]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늘어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우리 국민의 생활수준이 향상될 수 있다.
각 나라마다 갖고 있는 생산요소는 다른 나라에 대하여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다. 중국의 경우에는 그것이 값싼 노동력이고, 사우디 아라비아는 풍부한 원유 매장량일 것이다. 따라서 성장을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가 갖고 있는 생산 요소의 비교우위를 파악하여 우리가 유리한 쪽에 집중하는 것이다. 한국 경제가 서비스산업 육성으로 성장해 나가야 한다는 김병준 前실장의 발언 역시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좁은 국토, 적은 인구수, 없다시피한 지하 자원 등, 우리 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는 생산요소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따라서 우리 나라는 앞에서 언급한 생산요소들과 최대한 무관한 산업에 주력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며, 그 대표격이 바로 서비스산업인 것이다.
한•미 FTA에서 핵심이 되는 문제는 한•미 FTA가 야기시킬 한국 경제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아직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산업분야 혹은 기업이 도태될 거라는 데 있다. 장하준 교수에 의하면 현재 선진국 지위를 누리고 있는 국가들은 보호무역을 통해 자국 산업의 생존력을 배양한 후 개방을 통해 그 과실을 따먹었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 역시 자국 산업의 생존력을 먼저 배양하고 한•미 FTA를 추진하는 것이 어떠냐는 주장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한•미 FTA 타결 전의 시간 동안에도 자국 산업의 생존력을 배양할 시간은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한다[4]. 즉, 문제는 미국과의 협정 체결 여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 및 국회가 국내 취약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수립 및 시행 의지를 갖고 있지 않았었다는 데 있는 것이다. 또한, 한•미 FTA는 외형적으로는 독립적인 두 국가 간의 통상 협정이지만 미국의 입장이 지배적으로 반영된 협정일 수밖에 없다[5]. 따라서 한•미 FTA를 이미 주어진 ‘운명’으로 받아들였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김병준 前실장의 말처럼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이다. 또한 필자는 ‘마치 자연계에서 엔트로피가 항상 증가하는 방향으로 반응이 일어나듯 경제에서 생산성 및 효율성 역시 항상 증가하는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6]. 우리는 이러한 거대한 흐름에 역행하기 보다는 그 흐름에 따른 고통을 최소화하고, 그 흐름을 최대한 우리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김병준 前실장은 성장과 분배를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성장 중심 정책을 펴면서 분배를 경시해왔다. 요즘 대두된 ‘99% 대 1%’라는 표어는 현재의 자원 분배상태가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로 보인다. 이제는 분배를 이야기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성장을 이야기해선 안된다는 것과 동치인 것은 아니다. 즉, 분배에 비중을 두되 성장도 도외시하지 않으며, 한•미 FTA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궁리를 함과 동시에 한•미 FTA로 인한 부정적 충격을 최소화할 고민을 하는 것이 국회와 정부, 그리고 경제학계의 과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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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물론 국가의 경제력의 의미에 대한 논쟁이 있을 수 있다. 본고에서는 단순히 우리 국민(단체 포함)이 갖는 총 부(富)라는 의미로 사용하였다.
[2]부의 불평등도에 따라 국가의 안정성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에 대한 참고자료 필요.
[3]지속적인 적자가 발생한다면 국가경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겠으나 그럴 가능성은 본고에서는 논하지 않겠다.
[4]필자의 주장일 뿐 통계자료와 같은 적합한 근거는 찾지 못했다.
[5]미국은 우리의 강력한 군사적, 경제적 지원자이며(혹은 였기) 아직까지는 세계 최강국임이 분명하다.
[6]또한 사회 시스템이 생산성 및 효율성의 증대에 발맞추어 함께 발전하지 못할 경우 사회의 안정성이 저해되고 나아가 전쟁 등의 파국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