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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26일 수요일

Homo Economicus에 대한 고찰 (4) [마지막] : 우리들이 꿈꾸는 더 좋은 세상을 위하여

4. 결론 : 우리들이 꿈꾸는 더 좋은 세상을 위하여
 
4.1 Homo economicus라는 제약조건
   지금까지 인간이 이기적 특성을 기본으로 상정한 homo economicus의 개념을 바탕으로 정부의 경제 정책, 그리고 보다 세밀하게는 최근 상당한 이슈가 되고 있는 분배와 복지 분야를 살펴보았습니다.
   Homo economicus가 상정하고 있는 인간의 이기적인 특성은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이러한 인간의 기본적인 특징을 간과한 정부의 정책은 그 어떠한 분야에서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결론이었습니다. 어떠한 경제 정책이든지 사람들의 이기적인 행위를 감안하지 않은 행동은 실패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행동을 감안하여 정책을 수립하는 것 역시 정부가 해야 할 일이자, 기본적으로 정부의 책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소득분배와 관련해서도 어떠한 소득 분배가 바람직한가에 대한 문제는 다소 철학적인 영역일 수 있지만, 어떠한 소득 분배가 homo economicus의 상황 속에서 실현이 가능한가의 문제는 반드시 생각해보아야 할 부분일 것입니다. 그리고 복지 제도와 관련해서도 주어진 복지 정책에 대해 사람들의 homo economicus적인 특성이 복지 제도가 처음 계획했던 대로 움직여줄지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이러한 부분들을 종합해볼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인간이 이기적이라고 가정한 homo economicus적 설정은 정부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어떠한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제약조건’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선택을 하는데 있어서 주어진 예산이 제약조건으로 작용하고, 다양한 종류의 최적화 문제를 풀어내는데 있어서 주어지는 제약조건들을 고려해야 하듯이, 정부가 특정한 목적(함수)를 가지고 경제 정책을 시행하는데 있어서도, 인간에게는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특성이 존재한다는 homo economicus의 제약조건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예산제약을 넘어서는 효용의 증가는 실현시킬 수 없고, 제약조건의 범위를 넘어서는 지점으로 목적함수를 최적화시킬 수 없듯이, 정부의 정책 역시 사람들의 이기심이 작용하는 homo economicus의 제약조건이 상정하는 범위를 벗어나서 정부가 원하는 바를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입니다.
 
4.2 인간은 이기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환상
   하지만 정부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때때로 인간은 일반적인 경제학에서 상정하는 것처럼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일종의 ‘환상’을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어떠한 측면에서는 다분히 ‘환상’일 뿐이며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현실’하고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혹은 사람들이 지지하는 경제 정책에 대해, 그것들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고민하다가 보면, 특정한 지점에서 인간이 이기적이지 않다는 가정을 내포하고 있는 경우를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른바 ‘골목상권’의 보호를 위해 대형 슈퍼마켓으로 하여금 월 2회 의무적으로 영업을 쉬도록 하는 등의 SSM 규제 정책의 경우, 그 이면에는 대형 슈퍼마켓들이 쉬면, 그만큼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약자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재래시장을 이용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싼 값에, 더 좋은 물건을, 더 좋은 환경에서 사고 싶은 사람들의 homo economicus적 특성―이러한 부분은 서민들에게도, 아니 어떻게 보면 서민들에게서 더 많이 나타나는 특성일 것입니다.―을 생각하지 않은 것이라는, 다시 말해 사람들이 사회적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재래시장을 생각해줄 것이라는, homo eoconomicus와 반대되는 가정이 내포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싼 값에, 더 좋은 물건을, 더 좋은 환경에서 사고 싶은” 사람들은 대형 슈퍼마켓이 주말에 하루 쉬게 되면, 대게는 그 주말에 쉬지 않는 다른 날에 시간을 내어 쇼핑을 하거나, 그 전 주말에 미리 물건을 사기 때문에, 대형 슈퍼마켓의 영업을 규제하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만을 지닐 뿐, 재래시장이 활성화되는 실질적인 효과는 그렇게 크지 않은 것입니다.
   물론 미시적인 관점에서는 인간이 완벽하게 이기적인가라는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고, 이러한 부분은 오늘날 행동경제학의 영역에서 많은 발전을 이루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니부어의 ‘도덕적 개인과 비도덕적 사회’라는 관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거시적인 차원에서 관찰되는 인간의 행위는 한 개인 미시적 차원에서보다는 더 이기적으로 관찰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시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경제 정책의 경우, 일반적으로 경제학에서 상정하는 homo economicus적 관점이 상당히 유효하며, 이를 간과하거나 무시하는 정책은 비용만 들어갈 뿐,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4.3 해결책은 homo economicus가 약해지는 사회
   만일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어떠한 경제 정책도 homo economicus라는 인간 본성의 제약조건을 벗어날 수 없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그저 약육강식, 혹은 부익부 빈익빈의 숙명 속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것일까요? 여기서 우리가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homo economicus적인 특성은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하는 0과 1의 이분법적인 성격이 아니라, homo economicus적인 특성이 얼마나 강하게 나타나는가 하는 정도(degree)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국가나 사회마다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문화나 의식구조가 있고, 이러한 구조는 그 사회에 속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결정하며, 이러한 부분들은 한 개인의 미시적인 특성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거시적인 차원에서 관찰되는 특성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개인의 이타적인 성격은 거시적인 정책 수립 차원에서의 homo economicus적 특성에 영향을 주기 힘들지만, 그 사회에서 전반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의식구조는 정책을 고려하는 거시적인 차원에서의 homo economicus의 정도(degree)를 결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인당 근로 시간을 줄여서 일자리 숫자를 늘리는 이른바 job sharing 정책이 기존 노조의 반발 문제로 인하여 쉽게 수립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지만, 네덜란드의 경우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 제도를 정착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데에는 네덜란드 사람들의 사회적 인식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네덜란드는 기본적으로 기독교적 사상이 강하게 바탕에 깔려있다고 합니다. ―우리들이 흔히 네덜란드 하면, 성적으로 자유롭고, 암스테르담의 홍등가 같은 것들을 떠올리기 쉽지만, 네덜란드 연구자들에 따르면, 그러한 이미지는 도시 지역에 국한되어 있을 뿐, 도시를 벗어난 대부분의 시골지역은 아직까지 보수적인 경향이 강하다고 합니다.― 기독교 사상에서 직업은 일종의 절대자로부터 받은 소명(calling)이라는 의식이 있는데, 네덜란드의 경우 이러한 인식이 상당히 강해서, 무직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감당하지 않고 있는 사람이라고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정도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배경 하에서 자신의 임금을 희생하기 싫어서 실직자들을 그대로 두는 것은, “주변의 타인이 자신의 소명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를 무관심하게 방과하는” 행위로 인식되기 때문에, 네덜란드에서는 job sharing 정책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네덜란드의 사례는 한 국가 혹은 사회가 경제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마주치게 되는 homo economicus의 제약이 인간의 본성에 의한 ‘외생적인’ 측면도 존재하지만, 그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에 의해 좌우되는 ‘내생적인’ 측면 역시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그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전반적이고 실질적인 ―“이렇게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당위적인 차원이 아닌, 사람들의 실제 행위에서 나타나는― 인식구조가 homo eocnomicus적 제약조건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든― 인간의 이기적인 homo eocnomicus적 특성을 약화시킬 수 있을 때, 우리들이 꿈꾸고,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보다 좋은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은 보다 커질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인 인식구조는 경제 정책이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주어지는 경제 정책에 따라 이기적으로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할 뿐, 경제 정책이 사람들의 이기적인 특성을 변화시켜주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이러한 부분은 경제학의 영역이 아닌, 정치, 도덕, 철학, 혹은 종교적인 영역일 수 있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경제학을 전공하는 사람이 이러한 부분들까지 고민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은 homo ecnomicus라는 다소 철학적일 수 있는 가정 위에서 많은 ―혹은 모든― 것들을 시작하는 경제학이 반드시 ‘인지하고는 있어야’ 하는 부분이며, 인간의 행위를 연구하는 경제학 역시 인간을 이해하려는 노력들에 ‘어느 정도는’ 관심을 갖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에필로그
   3월부터 homo economicus라는 주제 하나만 가지고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이 이제야 ―아직도 많이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끝에 이르렀네요. 사실 경제학 교과서의 가장 처음에 설명되는 ‘homo economicus’라는 개념에 대한 생각만으로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을 쓸 수 있었다는 것에 저 자신도 놀랐습니다. 많이 부족한 글 읽어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리며, 다음 달에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2013년 3월 20일 수요일

Homo Economicus에 대한 고찰 (1) : 너무나 기본적이지만, 너무나 쉽게 망각하는 개념

0. 도입
 
   ‘Homo Economicus’, “‘합리적’이며, ‘이기적인(=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려는 속성을 지닌)’ 인간”을 의미하는 이 단어는, 경제학을 배우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단어일 수도 있고, 설사 단어 자체를 모른다고 할지라도 그 의미는 이미 머릿속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단어일 것입니다.
   오늘날 (행동경제학 등의 일부 분야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류 경제학의 연구와 분석은 바로 이러한 homo economicus를 가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homo economicus의 개념은 다른 학문의 영역에 경제학을 적용하는데 사용되는 가장 핵심적인 개념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임스 뷰캐넌(James Buchanan)으로부터 시작된 공공선택이론의 경우, 정치인들과 관료들 역시 (국민의 행복이 아닌,) 자신들이 효용을 극대화하는 존재라고 가정함으로서 기존의 정치학에 homo economicus를 기반으로 한 경제학적 관점을 적용시킨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최근 들어 ‘합리성’과 ‘개인의 이기심’을 바탕으로 한 homo economicus적 개념이 지닌 한계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이에 따라 경제학에 심리학을 일부 접목시킴으로서, 인간이 지닌 ‘비합리성’과 ‘도덕성’을 감안하여 인간의 경제적 행위를 분석하는 행동경제학 등의 분야가 조금씩 떠오르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경제학 혹은 실험경제학적인 관점을 바탕으로 한 분석이 아직까지 제한적인 범위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은 homo economicus의 개념이 인간의 본성과 이에 따른 행위들을 상당히 잘 설명해주고 있으며, 인간의 경제행위를 분석하는데 있어서 인간의 ‘합리성’과 ‘이기심’을 기본 전제로 설정하는 것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Homo economicus의 개념은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이기 때문에, homo economicus의 개념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homo economicus를 말하는 것은, 이 개념이 너무나 기본적인 개념이지만, 그만큼 너무나 쉽게 망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몇 번에 걸쳐서 homo economicus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사회적 이슈가 되는 여러 이야기들을 풀어내볼까 합니다. 다양한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수식과 도표, 그리고 통계적 분석 등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의식의 흐름을 따르듯이 자연스럽게, 그래서 경제학을 깊게 공부하지 않거나, 경제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되도록 쉽게 글을 따라가고 이해할 수 있도록 (저의 부족한 글 솜씨로 얼마나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풀어내보겠습니다.
 
 
1. Homo economicus를 망각한 정책의 대가
 
   Homo economicus는 너무나도 중요한 개념 중의 하나이지만, 그만큼 쉽게 망각되고, 또 이로 인해 적지 않은 대가를 치루는 분야 중의 하나가 바로 경제 혹은 사회 정책들을 결정하는 분야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1.1 경제 정책과 경기 규칙, 그리고 homo economicus
 
   운동선수들이 주어진 규칙 하에서 경기에 참여하듯이, 경제정책이나 제도는 경제 주체들이 경제활동을 벌이는 시장에서의 규칙이라고 흔히 이야기합니다. 운동선수들이 ‘기본적으로’ 자신들에게 주어진 규칙을 준수해야 하듯이, 경제주체들도 자신들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경제 행위를 함에 있어서 ‘원칙적으로는’ 정부가 정한 법이나 제도를 ‘지켜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어디까지나 ‘원칙적인’ 것일 뿐, 각 경제주체들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자신들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것뿐이며, 그들에게 주어지는 규칙은 그것들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이라는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지키는 것일 뿐, 절대적으로 혹은 무조건적으로 지키는 성격의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려는 사람들의 이기심은 경제 제도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나타나는 인간의 본성중의 하나이며,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주어지는 제도나 규칙 역시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려는 과정 가운데 고려하게 되는 수많은 요소들 중 하나일 뿐, 주어진 법이나 제도, 규칙의 테두리 안에서 자신들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어떠한 법이나 제도가 주어졌을 때, 그것들을 만든 정부나 정치인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 가운데서 자신들의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행동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에는 규칙을 어기지는 않으나, 규칙이 만들어진 본래의 의도를 왜곡하거나, 혹은 이해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 그리고 규칙을 위반하는 행위가 발각되지 않음으로서 처벌을 피해가거나, 처벌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한 비용이 규칙을 위반함으로서 얻어지는 효용보다 작은 경우, 의도적으로 규칙을 위반하는 것까지도 포함됩니다.
 
   사실, 인간이 자신의 이익이나 효용의 극대화를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규칙을 본래 의도와 상관없이 이용하거나, 적발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규칙을 위반하는 행위는 경제 제도나 정책이 비유되는 운동 경기에서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잘 아시겠지만, 축구에는 ‘오프사이드’라는 규칙이 있습니다. 공격 팀 선수가 전방에 있는 선수에게 패스를 하는 순간, 패스를 받는 선수와 골라인 사이에 수비 팀 선수가 2명 이상 없으면, (대게의 경우 골키퍼 이외에 다른 선수가 없으면,) 오프사이드 반칙이 선언됩니다. 원래 이 규칙은 공격 팀의 비신사적인 행위를 막기 위하여 정해진 규칙이라고 볼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 수비 팀은 이러한 규정을 역이용하여, 수비수들을 전진시켜 상대 팀 공격수로 하여금 오프사이드 반칙을 저지르도록 만드는 이른바 ‘오프사이드 트랩’ 전술을 구사하기도 합니다.
   또한 축구 경기를 (중계 화면이 아닌 축구 경기장에서) 관람하다 보면 코너킥 상황과 같이 선수들 간의 몸싸움 내지 자리다툼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심판이나 카메라의 눈에 띄지 않게 상대편 선수들을 밀치거나 심지어 유니폼을 잡아당기는 행위까지도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는데, 이러한 행위들은 엄연히 반칙에 해당하는 행위이지만, 선수들은 경기를 자신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상황으로 이끌고 가기 위해 심판에게 적발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러한 행위들을 공공연하게 벌이는 것입니다.
 
1.2 인간의 이기심을 간과했던 정책들의 결말
 
   이와 같이 인간이 지닌 ‘합리성’과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려는 ‘이기심’은 경제 행위의 규칙을 정하는 법이나 제도로 구속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제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세우려는 정책에 대해 경제 주체들이 어떤 식으로 자신들의 효용을 극대화시키는 반응을 나타낼지를 반드시 고려하여 정책을 수립하여야 합니다. 모든 경제 주체들이 자신들이 의도하는 방향에 따라서 반응할 것이라는 생각은 지극히 잘못된 생각이며,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세워진 정책은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의 homo economicus적 특성을 간과함으로 인해 실패했던 경제 정책의 대표적인 예로는 과거 소련 등의 공산주의 경제체제를 들 수 있습니다. 모두가 열심히 일하고 똑같이 나눠 갖는다는 공산주의의 이념은 겉보기에는 지극히 이상적인 ‘유토피아’의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공산주의 제도는 열심히 일하면, 그 만큼의 대가를 요구하게 되는 (혹은, 자신의 노력에 대해 만족할만한 대가가 주어지지 않으면, 그만큼 열심히 일하지 않게 되는) 인간의 ‘이기적’인 속성을 간과하는 치명적인 오류를 지닌 제도였습니다. 결국 이러한 공산주의 제도는 ‘유토피아’적인, 다시 말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은 (혹은 존재할 수 없는) 사회였음이 1990년대 초 구소련의 해체와 공산주의 국가들의 몰락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공산주의 경제체제의 몰락에서 알 수 있듯이, 경제주체들의 이기심, 즉 homo economicus적인 반응을 간과한 경제 제도는 그 어떠한 경우에도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경제 주체들의 이기적인 행위들이 정책이나 제도의 본래 목적을 왜곡하거나, 악용하는 것은 절대로 옳은 일은 될 수 없겠으나, 이 역시 정책을 고민하고 도입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떠한 정책의 본래 의도를 외면한 채,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제도를 왜곡시킴으로서 정책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만드는 경제주체들에 대해 도덕적인 차원에서의 비난은 가능하고, 또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은 경제주체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벌이는 ‘도덕적이지는 않지만, 지극히 homo economicus적인’ 행동들까지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일부 경제주체들의 도덕적이지 못한 행위가 실패한 경제 정책을 입안했던 이들에게 정책 실패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노무현 정권 당시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낮추기 위해 수없이 많은 정책들을 제시했으나, 부동산 정책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였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후 이명박 정권의 부동산 정책이 적절했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하지만 당시 노무현 정권은 자신들의 부동산 정책이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투기세력 때문이라는 주장을 했었는데, (<"서민들 지금 집 사면 낭패…시장불안 부동산 세력 때문">, 세계일보, 2006.11.11) 각 경제주체들의 이기적인 반응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정책들을 제시하고, 이로 인해 나타난 문제점들을 일부 경제주체의 탓으로 돌리는 정부의 이와 같은 행위는 (투기 세력에 대한 비판 혹은 비난이 정당하다고 할지라도) 경제 정책을 입안하는 주체로서 지극히 적절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이라면, 자신들이 도입하는 정책이 이기적인 경제주체들 가운데서 어떠한 결과로 돌아올 것인지에 대해 충분히 숙고하고, 만일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수정하는 것이 적절한 태도이지,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일부 경제주체들에게 돌리는 발언과 행동은 정책 입안자로서 적절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1.3 소결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인간을 의미하는 homo economicus의 개념은 경제 정책을 도입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깊이 고려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자신들의 정책이 지닌 의도와 상관없이 자신들이 제시하는 정책에 대해 이기적이 각 경제주체들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며, 이를 충분하게 고려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책의 실패는 (비록 각 경제주체들의 행위가 충분히 도덕적으로 비난받을만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정책 입안자들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