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돼지고기 이력제' 라고 하여, 대형마트 등에서 팔고 있는 돼지고기의 원산지나 도축기간 등을 바코드에 정보입력하여, 이를 간편하게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 기사참조:
http://news.kbs.co.kr/economic/2012/11/14/2567183.html
이는 현재 1% 정도의 돼지에 대해서 시행되고 있고, 내년 말까지는 현재 사육되고 있는 돼지 990만 마리에 대해서 확대된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돼지고기의 품질이나 상태 등에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신뢰성 있는 확인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러나 쇠고기 이력제의 경우에서 나오듯이, 실제로 이러한 이력제를 활용하는 비율이 그렇게 높지는 않은 편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돼지고기 이력제' 와 같이 돼지고기의 품질, 상태를 간단하게 검사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우리가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규제비용의 지출만 커지고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바꿔 말해, '돼지고기 이력제' 의 실효성을 신뢰한 나머지 실제 이 제도를 이용하기를 게을리 한다면 이러한 기회를 틈타 오히려 돼지고기의 불량률(즉, 원산지/도축기간 등 표기된 돼지고기의 품질과 실제 품질이 일치하지 않음)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이론적 가능성입니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직관을 한번 통계학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가정
1)돼지고기 전체를 유한모집단 N 이라고 하고, 이때 불량돼지고기(=원산지/등급/도축일의 표기내용과 실제내용이 일치하지 않는)라는 속성 A를 지닌 집단이 이중 M개 존재한다고 하자. 이 때 크기가 n인 표본을 추출하여 불량돼지고기 속성을 지닌 집단의 개수를 확률변수 X 라고 정의하면, 이 확률변수 X는 초기하분포를 따른다.
(주어진 모집단에서 표본추출시 비복원추출을 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초기하분포를 따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현대통계학(4개정판, 김우철 저)을 참조하시길 부탁드립니다.)
cf>여기서의 불량돼지고기는 편의상 원산지/도축기간/고기등급 등의 표기가 실제 고기의 품질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만으로 규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관련당국이 정기적으로 표본검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돼지고기의 품질규정을 비교하는 경우도 있고, 관련 지방자치단체가 정기적,비정기적으로 원산지 표기의 허위 여부를 검사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2)또한, 이러한 초기하분포의 경우 M/N , 즉 돼지고기의 불량률(불량돼지고기/전체돼지고기)을 p 라는 상수로 두고, 모집단의 크기 N이 충분히 큰 경우, 초기하분포는 대략적으로 이항분포로 근사된다. (이 역시 현대통계학 책 참조)
3)돼지고기 100g 을 표본 1단위로 볼 경우, 모집단 크기 N는 충분히 커서 이항분포로 근사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돼지고기 전체 중에서 표본을 추출할 경우 불량 돼지고기가 추출될 확률변수는 시행횟수(=표본수) n, 성공률(=불량률) p (=M/N 인 이항분포를 따른다고 할 수 있다.
==>> 결국 이와 같은 가정을 통해, 실제 돼지고기 중에서 일부를 비복원추출하여 검사하는 것 (정기적인 표본검사를 통한 것이든, 혹은 돼지고기 이력제를 활용하여 자발적으로 품질을 확인하는 것이든)은, 그 자체가 비복원추출임에도 불구하고 이항분포로 근사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4)소비자 개인은 돼지고기의 불량률, 즉 M/N 이 작을수록 효용이 증가하고, 또한 돼지고기의 품질을 n번 확인할 때마다 개인의 귀찮음+시간비용으로 인해 효용이 감소한다.
반면 돼지고기 유통업자의 경우 당국이나 시민에 의해 불량품의 적발률 D가 증가할수록 효용이 감소한다. 또한 적발률이 일정하다면, 불량률 M/N 이 높을수록 유통업자가 이득을 챙기게 될 가능성이 증가하므로(불량품을 싸게 매입하며 비싸게 판매한다는 의미이므로) 유통업자의 효용이 증가한다.
2. 도출
이와 같이, 우리가 돼지고기를 정기적으로 검사하는 시행을 할 경우, 불량품을 적발할 가능성은 이항분포를근사적으로 따르므로, 이러한 시행 역시도 성공률이 p, 즉 M/N인 베르누이 시행으로 근사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때 우리가 가상적으로 어떤 한 유통업체가 유통한 고기를 정기적인 표본검사 혹은 돼지고기 이력제를 통하여 검사하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이 경우 당해 유통업체가 불량품인 돼지고기가 1개 이상 적발될 가능성 (= 적발률) 은,
적발률 D = [ 1 - (1-p)n ]
(1일 적발률이 일정 수준, 즉 유통공정상 불가피한 불량률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 당해 유통업체는 전수검사를 받는다고 가정합시다.)
여기서 중요한점은 스마트폰 등으로 돼지고기의 바코드 번호를 확인해서 품질을 확인하는 것이, 성공률 p (=M/N) 자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즉, 돼지고기 이력제는 주어진 불량률 하에서, 돼지고기의 표기된 품질과 실제 등록된 품질을 비교-대조하는 비용을 크게 줄여주어(정기적인 품질대조검사 및 해당유통업체에 대한 조사의 필요성을 줄이고 소비자가 어디에서나 간편하게 품질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실제적으로 시행 n 혹은 표본수 n 을 증가시킴으로써 적발률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데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막상 돼지고기의 품질검사 시행횟수 n 이 반드시 증가할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즉, 돼지고기 이력제가 시행되어 품질을 어디에서나 확인할 수 있게 되면, 개인은 '이렇게까지 유통경로가 투명해졌는데 설마 품질을 속였겠어?' 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고, 따라서 실제 최적인 시행횟수(돼지고기 이력제의 이용 횟수)에 비해 훨씬 적은 빈도로 시행할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설령 이러한 바코드 확인을 통해 이미 구매한 돼지고기의 품질 및 등급이 표기된 내용과 다소 차이가 나더라도, 이를 정부당국에 신고하는 데 드는 주관적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아 불량품의 적발률은 증가하기 못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돼지고기 이력제를 사용하는데 비용이 드는 만큼, 식약청이나 개별 지자체 등의 관련당국에서는(관련당국의 정기적인 검사 외에도 지자체는 고발 등이 들어오면 관련 유통업체를 불시에 검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별 유통업체에 대한 품질검사의 비율을 줄일 가능성이 큽니다. (돼지고기에 대해서 엄격한 관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실무적으로 귀찮은;; 즉 관료들에게도 공연한 행정비용을 발생시키는 유통업체에 대한 검사를 아무래도 적게 할 유인이 생기지 않나 하는 것이지요.)
만약 이와 같은 유인으로 인해 실제 주어진 모집단 M에 대한 실효적인 표본검사횟수, 즉 시행 n 이 오히려 감소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위의 적발률 식에서는 표본시행횟수 n 이 감소하게 된다면, 위의 적발률 식에서는 적발률이 반드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 경우, 유통업체는 적발률을 이전의 수준으로 증가시키면서 오히려 불량률 M/N 을 증가시킴으로써 부당이득을 꾀할 유인이 발생할 것입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돼지고기의 불량률이 증가함으로써 오히려 효용이 감소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가능성이고, '돼지고기 이력제' 를 통해 바코드 시스템으로 품질검사를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정부당국에 의한 표본검사가 설령 감소하게 되더라도 일반적으로는 전체 표본검사 n (정부당국에 의한 품질대조검사+ 시민들의 자발적인 품질확인 및 문제발생시 신고) 가 증가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예를 들어 교통사고율을 줄이기 위한 안전띠의 도입이 오히려 '안전띠' 라는 안전장치를 신뢰한 나머지 난폭운전을 증가시키는 모순을 불렀듯이, 효율적인 시스템이 구축되더라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얻을 수 있는 교훈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