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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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15일 일요일

[CJE-July 2012] 차이들의 차이 (Differences in Differences)


 오늘 제가 올릴 글에서는 Differences-In-Differences (DID)라는 실증 분석 기법에 대해 간단하게 써보려 합니다. (각주1)

 DID는 어떤 정책이 특정 집단, 특정 기간에 시행 된 상황에서 그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순수한 영향만을 뽑아내고자 할 때 사용되는 기법입니다. 얼핏보면 '그냥 특정 정책이 시행되었을 때 시행되기 이전과 이후의 결과값(outcome)만을 비교해 보면 되는 것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단순히 정책 시행의 이전과 이후의 결과값만 비교하면 정책을 시행함으로서 달라지는 효과 뿐 아니라 정책이외의 다른 외생적 영향이 결과값에 미치는 효과도 섞여있기 때문에 정책의 '순수한' 효과만을 뽑아내지 못하겠죠. 그렇기 때문에 사용되는 기법 중 하나가 DID입니다. DID는 준실험적(quasi-experimental) 상황, 곧 정부의 특정 정책으로 인해 일정한 시점, 지역에 대해 마치 사회실험을 행한 것과 같은 상황에서 그 정책의 효과를 보는데 유용한 기법입니다.

 예시를 하나 보겠습니다. (각주2) 1973년 한국의 고등학교 입시 정책에 변화가 생깁니다. 종전에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대해서는 시험을 쳐 시험 성적에 따라 입학이 결정되었는데 1973년부터 특정지역에 대해 소위 '뺑뺑이'가 도입이 됩니다. 시험 성적이 아니라 집-학교의 거리등을 고려한 추첨을 통해 입학할 고등학교가 결정이 되는거죠. 반면 실업계 고등학교는 1973년 이전/이후 모두 뺑뺑이로 학생들을 뽑았습니다. 이러한 고등학교 입시정책의 변화가 학생들의 향후 소득에 변화를 가지고 왔는가를 연구자가 알고자 한다고 합시다.

1973년을 기준으로 이전에 시험을 통해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들과 이후에 뺑뺑이를 통해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의 소득을 비교한다면 정책으로 인한 효과 (treatment effect)뿐 아니라 시간이 변화하면서 오는 외생적 효과 (time effect)들도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겁니다. 단순히 입시정책의 변화 뿐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경제가 성장하니까, 또는 경기 변동으로 인해, 기타 다른 여러 요인들로 인해 소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거니까요.

 그래서 '순수한' 입시정책의 변화만을 보기 위해 우리는 정책에 영향을 받는 대상(처리군: treatment group. 곧 여기서는 인문계 학생들) 뿐 아니라 시간이 흘러도 정책이 변화하지 않는 대상(통제군: control group. 여기서는 실업계 학생들) 을 도입해야 합니다. 아래의 표는 (정책이 시행된) 1973년 이전과 이후를 기준으로 인문계/실업계 학생들의 소득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인문계(Treatment group)
실업계(Control group)
정책 시행 이전 (Before)
a
c
정책 시행 이후 (After)
b
d


앞서 설명드렸듯 정책 시행 이후와 이전의 인문계 학생들의 소득 차(b-a)만을 관찰하면 여기에는 정책으로 인한 효과 뿐 아니라 시간이 흐르는데 따라 발생하는 정책 이외의 외생적 효과들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반면 통제군인 실업계 학생들의 정책시행 이후와 이전 소득 차(d-c)를 보면 시간의 흐름에 의한 외생적 변화만을 반영하겠지요. 실업계 학생들에 대해서는 정책에 변화가 없었으니까. 그렇다면 (b-a)-(d-c)를 한다면 우리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외생적 변화를 제한, 오로지 입시정책의 변화가 소득에 미치는 순수한 효과만을 뽑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DID라는 기법의 핵심입니다.

회귀식을 쓰면 다음과 같습니다.


T  는 시간의 흐름을 반영하는 더미변수(dummy variable)로서 정책 이후의 시점을 1, 이전 시점에 대해 0을 반영합니다. SA는 그룹의 차이를 반영하는 더미변수로 처리군(인문계 학생)에 대해 1, 통제군(실업계 학생)에 대해 0을 반영합니다.
 이렇게 했을 때 각 베타값들이 반영하는 효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르는 외생적 효과(time effect)가 통제군과 처리군 모두 같다고 가정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두 개가 다르다면 정책의 변화가 미치는 순수한 효과를 뽑아내는데 어려움이 있겠지요.

 DID라는 기법을 접하면서 느꼈던 것은 특정 정책이 시행되었을 때 사회에 어떠한 경제적 영향을 미쳤는지 사후적으로 검토하는데 유용한 툴이 될 수 있으리라는 점이었습니다. 예컨대 제가 떠올렸던 상황은 흡연이 아동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흡연률 변화가 아동의 소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고 묻는다면 일단은 ‘흡연률이 높아지면 아동에게 나쁜 영향을, 낮아지면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답할 것입니다. 하지만 ‘실증적’으로 이를 입증하기란 쉽지 않지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흡연률에 변화가 생겼을 때 아동의 소득, 교육수준 등을 비교한다면 여기에는 부모의 흡연 뿐 아니라 다른 여러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니까. 그런데 최근에 (제 기억으로는 제가 꺾인 상병이던 2009년 초) 한국군은 병사들에 대한 담배 지급 정책에 변화를 줍니다. 기존에는 담배를 신청하면 무료로 배급했는데 이를 중단하고 대신 전체 병사들의 월급을 소폭 인상시켜준거죠. 아마 ‘왜 군이 흡연 병사에 대해서만 비흡연 병사보다 더 물질적 혜택을 주는가?’라는 문제제기, 그리고 군의 금연 장려 정책의 일환으로서 시행된 정책 변화 같습니다. 그렇다면 정책이 시행된 2009년 이전과 이후에 대해 처리군(현역으로 군대 갔다 온 남성의 2세)과 통제군(공익, 병역특례, 면제 등 현역으로 군대 갔다오지 않은 남성의 2세)의 소득, 교육수준등을 비교한다면 금연 정책의 변화가 2세의 소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다 정확히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물론 보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는 몇 가지 가정을 더 도입해야 하겠습니다만... (그리고 무엇보다 분석에 필요한 데이터가 있어야 합니다만!) (각주3)

각주1) DID에 대해서는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wiki/Difference_in_differences에 잘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각주2) 이 예시는 다음 논문의 주된 내용으로 필자가 지난 학기 수업에서 접한 논문입니다.
"Effects of Ability Mixing in High School on Adulthood Earnings: Quasi-Experimental Evidence from South Korea"(강창희, 박철성, 이명재. 2007. Journal of Population Economics)
http://prof.cau.ac.kr/~ckang/papers/Effects%20of%20ability%20mixing.pdf)

각주3) 사실 지난 학기 우리 학부의 BK21 세미나에서 제가 쓴 것과 유사한 내용의 논문을 발표하신 어느 스웨덴 노동경제학자가 있었습니다. 원래 스웨덴은 1960년대 21세 이하 청소년 음주에 대해 엄격하게 통제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특정 지역에 대해 1960년대 초 6개월간 저알콜 주류 판매를 완화한 적이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음주정책의 변화가 2세들의 소득, 교육수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히 조사한 논문이었습니다. 해당 논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Does a Pint a Day Affect Your Child's Pay? Unintended and Permanent Consequences of a Temporary Alcohol Policy Experiment”(Peter Nilsson, 2012, Working Paper)

2012년 7월 11일 수요일

포괄수가제에 대하여

최근 의료계에서는 포괄수가제 시행 여부를 두고 정부와 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첨예한 갈등을 빚다가, 며칠 전 의협이 잠정적으로 포괄수가제 시행을 받아들이기로 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 문제에 대해 예비 간호사인 동생과 상의할 기회가 있었고, 제 생각을 이 글을 통해 정리해보았습니다. 다음은 2012년 5월 22일 연합뉴스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노환규, 포괄수가제[1] 사실상 반대

(서울=연합뉴스) 이주연 기자 = 대한의사협회는 22일 포괄수가제 시행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노환규 의협회장은 이날 시내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괄수가제는 진료량이 늘어날수록 순수입이 감소하기 때문에 정부가 급증하는 의료비를 통제할 좋은 제도이며,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좋은 재료를 쓰거나 치료기간이 길어질수록 진료원가가 높아지는데 진료비가 고정돼 있다면 의사들은 비용을 아낄 수 밖에 없다"며 "조기퇴원 강요, 치료 생략, 싸구려 의료품 사용, 신기술 배제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포괄수가제 시행의 보완점으로 ▲적정한 수가 개선 ▲환자의 경·중 분류 ▲과소진료 방지를 위한 행위료 분리 ▲진료 질 평가를 위한 모니터링 등을 내놨으나 정부가 수용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 회장은 "의사들이 정부가 정한 원가 이하의 진료수가로 수입을 보전하기 위해 과잉진료라는 편법을 동원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과잉진료를 없애려면 포괄수가제보다 진료수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리하자면, 현행 행위별 수가제에서 원가 이하의 진료수가가 매겨져 있었기 때문에 의사들은 과잉진료를 통해 자기 밥그릇을 챙길 수밖에 없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행위별 수가의 개선이 필요한 것이지 질환별로 총 수가를 정해버리는 포괄수가제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저는 여러모로 탄식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먼저, 행위별 수가가 낮다는 핑계로 과잉진료를 한 의사가, 행위별 수가가 높아진다고 과잉진료를 하지 않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위의 기사의 주인공인 노환규 의협회장의 페이스북 게시글에 따르면 2010년 전문의 평균연봉이 9200만원이라고 합니다. 의사라는 직업이 매우 힘들고, 또한 중요하기에 많은 연봉을 받아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의사 입장에서 의사 개개인의 “풍요”와 환자들이 받는 의료서비스의 적절성 중에서는 분명 후자를 더 중요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2]. 낮은 행위별수가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환자에게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어느정도 감내하면서(분명 왠만한 사람들보다는 풍요로운 생활수준을 영위하는 직업이므로), 행위별수가 상향을 요구했다면 훨씬 더 납득할만하고 믿을만한 근거가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의협의 논리대로라면 행위별 수가제를 유지하지 않더라도 포괄수가를 정부의 현재 안보다 더 높인 후 포괄수가제를 시행하면 되는 일입니다. 좋은 재료를 쓰거나 치료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진료원가가 높아지는 것을 반영해서 진료비를 설정하면 되는 것이지요. 결코 포괄수가제 자체에 대한 반대 근거는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는 차후 의료 서비스 가격 설정의 주도권을 정부에게 내어 주지 않기 위한 의협의 이익 추구 행위로 보입니다.
위의 기사에서 의협회장은 “좋은 재료를 쓰거나 치료기간이 길어질수록 진료원가가 높아지는데 진료비가 고정돼 있다면 의사들은 비용을 아낄 수 밖에 없다”, “조기퇴원 강요, 치료 생략, 싸구려 의료품 사용, 신기술 배제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의사 본인입니다. 의사 본인의 입으로 의료 서비스의 질이 하락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에 분노가 일었습니다. 지금보다 월급이 낮아지면 범인을 좀 더 많이 놓칠 거라고 경찰관이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요? 노 회장은 2012년 7월 3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에는 수술 연기였지만 다음엔 수술 중단이 될 것이다[3]”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협상의 카드로 사용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용인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어떤 제도든지 시행되었을 때 부작용은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그것을 고려하여 제도를 다듬는 작업이 꼭 필요합니다. 다만, 그 부작용의 발생 여부에 대한 결정권이 있는 당사자(포괄수가제의 케이스에서는 의사)가 부작용을 일으킬거라고 협박하면서 제도에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월급이 낮아져서 생활고에 시달린 끝에 경찰관들의 업무능률이 떨어지는 것은 납득할 수 있지만, 월급이 낮아지기도 전에 “우리 범인 덜 잡을 겁니다!”라고 경찰관이 말하는 것은 납득하면 안되지 않겠습니까?

다 적고 보니 경제보다는 윤리에 포커스를 맞춘 글이 되어버렸습니다만, 경제학에서 다루는 많은 문제들 속에도 이와 같은 “부작용 여부 결정 당사자”의 문제가 분명 존재할 거라는 생각에 이 글을 게시합니다.



참고자료

2012년 5월 22일 연합뉴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2/05/22/0200000000AKR20120522042700017.HTML?did=1179m

2012년 7월 3일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751697&CMPT_CD=P0001


[1] 포괄수가제는 환자에게 제공하는 진찰·검사·수술·투약 등 진료의 횟수와 상관없이 미리 정해진 진료비를 한꺼번에 지급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행위별수가제(fee for service)가 적용되고 있는데, 이는 의사가 환자를 진료할 때마다 그 횟수에 따라 진료비를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이에 따라 진료 횟수가 늘어날수록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늘어나고 의사 수입이 증가하는 만큼, 과잉진료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많이 있었는데,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제안된 것이 포괄수가제입니다. 유럽 등 의료선진국은 대부분 건강보험의 재정지출 한도를 미리 정하는 포괄수가제를 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맹장수술·제왕절개 등 7개 질병군에 대한 포괄수가제를 확대적용할 계획입니다(네이버 지식사전 발췌).
[2]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보편적인 생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3] 실제로 수술이 연기되지는 않았지만, 의협은 포괄수가제에 반대하여 수술 연기 방침을 공표한 바 있습니다.

2012년 7월 9일 월요일

Why Inequality Matters?



Flyingbunny님의 이번 포스트를 읽다가 필자는, 여러 매체를 통하여 불평등, 혹은 양극화가 매우 중요한 문제임은 알고 있었고 적게나마 그 양상 등에 대한 자료를 찾아본 적 또한 있었지만, 정작 불평등도의 심화가 어떤 문제를 발생시키는지, 특히 어떤 경로로 경제성장1)을 저해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해서 이 주제 - 왜 불평등이 문제인가 - 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 하였는데요, 이번 포스트에서는 조사를 통해 찾게 된, 적어도 이 분들의 의견이라면 저의, 그리고 여려분들의 의견을 정립하는 데에 있어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 세 경제학자분들 - Daron Acemoglu, Joseph E. Stiglitz, 그리고 Mark Thoma -의 의견을 소개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Why does inequality matter에서 Mark Thoma는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소득을 얻는 완벽하게 평등한 사회와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소유하고 나머지는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완벽하게 불평등한 사회 모두 최대속도의 성장을 이룰 수 없으므로, 성장을 최대화 하는 수준의 불평등도는 위의 둘 사이 어디인가에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Mark Thoma가 말하는 최적수준의 불평등도가 존재할 지는 의문이지만 불평등도의 양극단 부근에서 성장이 느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은 수긍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 상당수 나라의 분배구조변화가 극소수에게 대부분의 부가 편중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2), 앞으로 불평등도는 우리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음을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Economic power begets political power에서 Daron Acemoglu는 1. 사람들은 불평등도가 높은 사회를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2.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는 그룹은 그렇지 못한 그룹에 비하여 더 많은 자원을 자녀들에게 제공해줄 수 있으므로 불평등도가 높은 사회일수록 기회의 평등 또한 달성하기 어려워지며, 가장 중요하게 3. 경제력은 정치권력을 낳고 정치권력은 또다시 경제력을 낳기 때문에 지나친 불평등도는 문제가 된다고 말합니다. 로비와 선거자금제공 등을 통한 금융부문과 정치가들 사이의 관계는 금융규제완화를 가능케 하였고, 이는 금융업계종사자들 중 최상위임금소득계층의 임금이 다른 산업의 같은 계층에 비하여 훨씬 빠른 속도로 상승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며 이는 또한 근래의 금융위기의 발생과정에 영향을 주었다는 Acemoglu의 예시는 세 번째 불평등도로 인한 문제점이 어떻게 경제발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설명해 준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Of the 1%, by the 1%, for the 1%에서 Joseph E. Stiglitz는 1. 불평등도의 증가는 기회의 감소를 가져오며 기회평등의 감소는 ‘사람’이라는 자산을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없게 만들고, 2. 독점력 및 특수이해집단을 위한 조세특례 등 불평등도 증가를 가져오는 왜곡은 경제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이러한 불평등도 증가는 또 다른 왜곡을 통해 경제의 효율성 저하를 심화시키며3), 가장 중요하게 3. 현대경제는 정부가 주축이 되어 투자하는 사회기반시설, 교육, 그리고 기술 등을 필요로 하지만, 최상위 소득계층은 이러한 것들을 정부의 도움 없이 자기 스스로 충당할 수 있으므로, 자신들의 조세부담으로 돌아올 정부의 이러한 투자를 원치 않고 이는 (현재의 미국과 같이) 부의 편중이 심한 국가일수록 정부에 의한 투자가 적어지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불평등도는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원인이 된다고 말합니다. 세 번째 이유의 경우, 금융위기가 전개되고 있을 당시 보조금을 받아 회생한 금융기업들이 곧바로 보너스잔치를 벌였던 일을 떠올린다면 이것은 그렇게 비관적인 예측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경제성장과 평등주의에 기반 한 소득분배의 공평성, 즉 불평등도의 완화가 서로 상충관계에 있는 듯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논쟁합니다. 하지만 위의 주장들이 사실이라면,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하여 불평등도의 완화는 반드시 달성되어야 할 목표임에, 즉 경제성장과 불평등도의 완화는 함께 추구되어야 할 목표임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1) 왜 경제성장을 추구해야 하는지의 문제는 불평등도 문제만큼이나 복잡하고, 방대한 소재이기에 이번 포스트에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2) Income inequality in America에서 볼 수 있듯 많은 분석들이 이것이 사실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3) 이 글에서 Stiglitz는 수많은 재능 있는 젊은 인력들이 천문학적인 금액의 보너스를 좇아 더욱 생산적이고 건강한 경제를 만들 수 있는 산업이 아닌 금융업에 발을 들이는 현실을 예를 들고 있습니다.
* 미국의 경우, 상위 1%의 연소득은 미국경제 전체의 25%이고, 그들의 부는 전체의 4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 How does inequality matter - 이곳은 이 주제에 관한 “금맥”입니다.

2012년 7월 4일 수요일

통계로 확인해보는 부익부빈익빈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낳는다는 주장, 어디선가 들어 보셨죠? 얼마 전  대한민국의 소득 양극화와 계층의 고착화 문제에 대해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최근 양극화가 심화되었다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가난한 사람들의 절대적인 복지도 악화되었는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이 더 가난해졌는지 통계 자료를 통해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우선 알아보는 김에 덤으로 소득 10분위 모든 계층의 실질 소득이 최근 어떻게 변해왔는지 계산해 보았어요.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소득 10분위별 소득을 물가지수로 나누어주어 이를 그래프로 표현했더니 다음과 같았습니다.



 그래프를 보면 다른 계층들은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리는 반면, 소득 1분위의 실질소득은 비슷한 수준에 정체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소득 1분위 계층의 실질소득이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는 아니네요. 소득 1분위 계층의 실질소득이 감소했던 해는 2004-2005년, 2006-2007년, 2008-2009년, 2010-2011년입니다.

 다음으로 이보다 실제 '생활수준'에 더 가까운 통계자료를 알아보고 싶어서, 각 계층별 소비를 전/월세 포함 생활물가지수로 나눈 지표(이하 '실질소비'라고 부르겠음)를 한 번 살펴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1분위와 2분위 계층의 실질소비가 정체되어 있고, 다른 계층은 완만히 상승하네요. 한편 가장 소득이 높은 10분위의 실질소비가 증가하다가 정체되고 마지막에 감소하는 거꾸로 된 U자 그래프를 보여주는 것도 재미있어요.



 마지막으로, 각 계층별로 소비 행태가 다르기 때문에, 물가지수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혹시나 해서 검색을 해 보니, 계층별 물가지수에 대한 연구보고서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국회예산정책처에서 2011년 발간한 <소득계층별 물가지수의 차이가 체감물가에 미치는 영향 >에 있는 1분위 피셔지수를 사용하여, 1분위 계층의 실질소득의 추이를 그래프로 그려 보았어요. 아래 제시된 그래프는 2003년 1분기부터 2011년 2분기까지 1분위의 소득을 1분위 피셔지수로 나누어준 값입니다.
 여기에서는 변동성이 크긴 하지만 오히려 완만히 상승하는 추이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제가 이번에 그래프를 그려 보며 내린 결론은, 우리나라에 '부익부' 현상은 있지만, '빈익빈' 현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절대적인 소득으로 보아서는요. 이번 포스팅은 소득불평등 문제에 접근해 본 단순한 '첫 벽돌' 하나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추론에 어떤 오류가 있을 수 있는지, '상대적 소득'은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지, 여러 아이디어 부탁드립니다. ^^

저소득층은 통근시간도 길다?

다음은 6월 28일자 한겨레 신문에 "저소득층은 통근시간도 길다"라는 제목으로 실린 기사입니다.

비싼 집에 살면 출퇴근 시간이 짧아 수도권 직장인 출퇴근 시간에도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살고 있는 집의 가격과 전셋값이 높을수록 출퇴근 시간도 적게 걸린다는 상관관계도 나타났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주택가격과 통근시간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매매가격이 1㎡당 800만원을 넘는 비싼 집에 사는 직장인은 통근시간이 20~25분이었다. 이에 반해 1㎡당 200만원 미만의 집에 사는 직장인은 140~160분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셋값의 경우에도 비슷한 경향성이 드러나, 주택가격의 양극화가 통근시간의 양극화로 연결된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이에 보편적 교통복지 개념으로 경기권 광역도시철도 개발에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철도정책본부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철도와 교통복지 정책세미나’에서 “서울 소재 사업장이 외곽으로 나오거나, 저소득층 근로자가 서울시내에 집을 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보편적 교통 서비스를 통해 출퇴근 시간을 줄이는 교통복지가 필요하다”며 “현재 노선에 급행열차를 배당하는 등 미온적인 해법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수도권을 잇는 광역급행철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수도권 광역급행철도는 예비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


'철도와 교통복지 정책 세미나'의 원자료를 구하기는 어려웠습니다만, 세미나 발제자와 이 기사의 주장을 요약하면 "집 값 차이가 교통여건 차이로 이어지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므로 집값이 싸고 교통여건이 열악한 곳에 새로운 교통시설을 지원해주어야 한다"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러한 주장에 약간의 논리적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값이라는 것 자체가 통근시간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위에서 말한 1m^2당 200만원 미만의 집에 사는 사람은 "통근 시간이 긴 대신에" 적은 돈으로 동일한 주거환경에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즉 자신의 시간과 돈을 맞바꾼 셈이지요. 이러한 거래의 결과를 단순히 "양극화"의 문제로 치부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미나의 주장처럼 가난한 지역에 새로운 교통시설을 짓는 것은 그 지역의 월/전세값이 오를 수 있다는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월/전세로 주거시설을 마련하는 비율이 높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문제는 더 크게 다가옵니다. 예를 들어 경기도 어느 지역에 광역급행철도를 만들어서 강남까지 통근시간이 30분 단축되었다고 가정해보면 강남까지 30분거리의 서울지역과 집값이 상당히 근접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전세값도 자연히 매매가를 따라 오를 것이고 기존 세입자들은 자신의 형편에 맞는 곳으로, 즉 통근시간이 긴 곳으로 다시 이사를 가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역별 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아예 하지 말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서 가격이 비싼 아파트가 싼 아파트에 비해 자연환경이 좋다는 결과를 가지고 (예를 들면 한강변의 아파트는 가격에 프리미엄이 붙지요) 이를 "자연환경의 양극화"로 규정하고 다른 지역에 인공호수를 만든다거나 하는 정책은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집값이 비싼 강남의 교육환경이 더 좋은 상황에 대응하여 다른 지역의 교육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들이는 것은 어느 정도 정당성이 있어 보입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지역별 격차 해소의 노력은 "광범위"하게 진행되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육격차 해소의 예를 들면 관악구가 교육환경이 제일 열악하다고 해서 (실제로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 관악구에만 대치동 규모의 학원가를 조성하고 학교에 지원금을 대규모로 지원한다면 관악구의 집값은 오르겠지만 그곳에 월/전세 거주자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야 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서울지역과 경기도 지역 전체에 교육환경 개선 지원을 하는 것은 집값상승효과가 별로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도권 광역교통망 구축 또한 광범위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방안은 인구가 많고 통근자가 많은 주요 도시에 광역철도를 구축하고 거기서 제외된 인근도시들에는 광역철도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망 (예를 들면 직행버스)을 설치해 주는 것입니다. 주요 도시 중에 일부만 광역철도를 구축한다면 그 지역의 집값만 오르는 효과가 생길 것이고, 주요도시 인근의 도시의 교통환경 개선을 간과한다면 월/전세 세입자들의 거주지가 그러한 인근 도시로 이동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교통망 구축의 비용이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이익 (복지적인 측면을 포함한)을 초과하지 않는지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는 것은 필수입니다. 예를 들면 건설비용이 너무 비싸지는 않은지, 실제 이용자 수가 얼마나 될 것인지에 대한 분석이 중요할 것입니다.




2012년 6월 6일 수요일

생산성 향상의 어두운 뒷면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대부분,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을 좋아합니다. 또, 이왕이면 그 결과를 얻어내는 데 들이는 자원을 적게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 자원이 시간이 되었든, 돈이 되었든, 다른 물질(원재료)이 되었든 말이죠. 한마디로, 우리는 (비윤리적, 불법적이지만 않다면) 일의 효율이
높아지는 것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일의 효율이 높아지는 것이 마냥 좋은 것일까요? 일의 효율이 계속해서 높아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림 1. Gregory Clark, A Farewell to Alms, 2007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이 산업혁명 이후 세계의 평균 1인당 산출량은 계속해서 증가해 왔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생산 과정에서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생산성이 낮은 기업이 도태된 결과겠지요? 글의 서두에서 이야기한 인간의 속성, 그리고 그림 1과 같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의 추세를 고려했을 때, 앞으로도 우리가 각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살아갈 거라는 가정에는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추가적으로, 한 사람이 소비하고자 하는 재화의 양에 한계가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아무리 밥을 많이 먹는 사람도 하루에 밥을 10끼 이상 먹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니까요. 소유하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재화도 물론 있을 수 있지만, 이 글에서는 배제하도록 하겠습니다.
 편의상 완전고용상태에서 논의를 시작해 봅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1인당 산출량은 계속 증가하는데 1인당 수요량은 결국 일정한 양에 수렴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인구의 증감에 관계없이 초과공급이 발생하고[1], 기업은 생산을 줄이겠지요. 생산을 줄이는 과정에서 노동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는데 이는 곧 실업의 발생을 의미합니다. 실업이 경기변동에 의한 단기적 현상이 아니라 영구적인 현상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지요.
 현재와 같이 노동을 통해 얻은 임금으로 생활해야 하는 사회구조가 유지된다면 실업자가 발생함과 동시에 그들이 소득을 잃게 되므로 기업의 재화에 대한 수요 역시 줄어들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업 차원에서 필요로 하는 노동의 양 역시 더 줄어들고, 실업은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계속되겠지요.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 기업은 생산량 및 고용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 노동 공급자의 소득과 그에 따른 수요를 고려함으로써 완전고용상태를 유지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1인당 노동시간은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또 있습니다. 대부분의 업종에서, 생산에 투입되는 노동은 최소시간 이상의 연속적인 투입이 필요합니다. 잦은 근무교대는 많은 의사소통비용을 유발시켜 효율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1인당 재화 수요량이 포화된 상태에서 모든 사람들이 각자 일하는 시간을 줄여가며 모두 일하는 상황은 인간이 일의 효율이 높아지는 방향을 추구한다는 위의 가정에 부합하지 않게 되지요. 따라서 기업은 효율성을 극대화와 수요의 극대화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의사결정을 하고자 할 것이고, 아마도 그 결정은 불완전고용상태를 초래할 것입니다. 전 인류가 먹고 남을 음식을 생산할 수 있는 사회에서도 굶어죽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부만 일하고, 그 일부가 일해서 생산된 재화가 전 인류에 고루 배분된다면 참 이상적이겠지만, 공산주의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렇게 되면 재화를 배분하는 집단이 그 권한을 남용할 수 있고, 노동의욕 역시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 인류가 생산하는 재화의 총량이 전 인류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양인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필요합니다. 이미 그 수준에 도달한 것이라면 최소한의 living standard에조차 미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는 수많은 빈곤층의 존재가 곧 지금까지의 논의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겠고, 아직 도달하지 못한 것이라면 언제 닥칠지 모를 그 상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것입니다.

 생산성 향상에는 어두운 뒷면이 있을지 모릅니다!




[1]노동 이외의 다른 생산요소들이 "충분히" 있다는 가정도 깔려 있습니다.

2012년 6월 3일 일요일

한계효용은 없다


안녕하십니까, ‘학부경제학, 정리한다!’의 Karam Jo입니다 : )

이번 포스트에서는 소비자의 선택을 분석할 때 사용되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효용함수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효용은 한 인간이 주변 환경을 통해 얻는 행복이나 만족(맨큐의 경제학), 혹은 소비자가 어떤 상품 또는 상품묶음을 소비할 때 얻는 만족(이준구∙이창용, 경제학 원론)을 숫자로 표현 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그것을 사용함으로써 느끼는 만족감에 따라 순서를 매길 수 있을 텐데요, 이렇게 정해진 순서에 따라 만족감이 클수록 더 높은 숫자를 몇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도록 매기고 나면, 각 상품에 대한 개인의 효용을 알려주는 효용함수를 얻게 됩니다.

하나의 상품을 하나, 둘, 그리고 세 개, … 이렇게 하나 씩 더 갖게 되면 여러분의 만족감은 어떻게 변하나요? 거의 대부분의 경제학 교과서에서처럼 먹는 것, 특히 필자가 사랑하는 추파춥스를 예로 들자면, 추파춥스를 계속해서 쉬지 않고 먹다보면 점점 그것을 먹기 싫어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즉, 추파춥스를 계속해서 먹다보면 하나를 더 먹을 때 늘어나는 만족감의 크기가 점점 감소하게 됨을 의미하는데요, 이것은 소중한 추파춥스 뿐만이 아닌 다른 많은 상품에 대해서도 적어도 저에게는 나타나는 현상이고, 이를 경제학에서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 believe it or not -
  1. 경제학에서의 ‘법칙’은 ‘다양한 곳에서 관측 가능하지만 왜 그런지 증명할 수 없는 것’을 의미 합니다
  2.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성립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반성하세요. 먹을 것에 지나치게 욕심 부리다간 배탈 나고 상품에 지나치게 집착하다간 나쁜 사람 됩니다
  3. 경제학에서는 상품을 더 많이 갖는다고 해서 효용이 떨어지는 상황을 배재하고 있습니다. The more, the better라고도 하는데요, 위의 추파춥스를 예로 들자면 많이 갖고 있다고 해서 그걸 한꺼번에 먹을 필요는 없겠지요?

두 개 이상의 서로 다른 상품을 여러 개, 다양한 조합으로 가질 수 있을 때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이해를 돕기 위해 다시 소중한 추파춥스와 키커 초콜릿을 등장시키기로 합시다. 추파춥스 두개, 키커 두개, 혹은 추파춥스와 키커 각 각 하나를 가질 수 있다면 여러분은 어떤 조합을 선택할 것 같으신가요? 저라면 아마 추파춥스와 키커를 각 각 하나씩 선택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른 상품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선택을 할 것 같은데요, 사람들의 이러한 성향을 경제학에서는 “소비자는 극단적인 상품의 조합으로 구성된 상품묶음보다는 여러 상품이 고루 섞여 있는 상품묶음을 더욱 선호한다.”(이준구, 미시경제학)라고 하며, 같은 만족감을 가져다주는 상품묶음들의 조합에 대해 이러한 현상을 한계대체율 체감의 법칙이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한계효용체감의 법칙과 한계대체율 체감의 법칙이 위에서 말한 만족감의 크기에 숫자를 매길 때 고려해야 할 조건이 됩니다. 이에 더하여 선호체계의 완비성, 이행성, 그리고 연속성을 고려하고 나면(미시 교재를 참고해 주세요) 우리는 잘 알려진, 주어진 소득과 가격체계 하에서 최대한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상품묶음을 찾는 효용극대화문제를 다룰 수 있게 됩니다. 이 분석방법에서 우리는 사람들의 선택이 어떠한 고려를 통해서 이루어지는지를 더욱 명확하게 고려하기 위해, 그리고 분석의 편의를 위해 같은 만족감을 가져다주는 상품묶음들의 집합, 즉 무차별곡면(두 개의 상품을 고려할 때에는 무차별곡선, 세개 이상의 상품을 고려할 때에는 무차별곡면이라고 부릅니다)을 도입하게 됩니다.

선택의 대상이 되는 각각의 상품들이 여러개 씩 들어있는 임의의 상품묶음을 선택하고 나면 이것이 속해있는 무차별곡면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것이 주는 만족감을 알아낸 후 상품조합을 변화시켜가며, 즉 각각의 상품들의 개수를 바꾸어가며 이것과 동일한 만족감을 주는 상품묶음들을 모으면 그것이 무차별곡면이 됩니다. 이 곡면상에서 조금씩 움직여 가면 상품묶음 속의 상품 각각의 개수가 변하게 되는데요, 이것으로부터 그 선택 점에서 사람들이 각 재화를 상대적으로 얼마나 더 원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추파춥스50개와 키커 50개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파춥스를 하나 더 얻는 대신 키커 두 개를 포기할 수 있고, 그렇게 하더라도 같은 수준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면 이때 추파춥스 하나의 가치는 키커 두 개의 가치와 동일 할 것이고, 이는 그 상황에서 고려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상품의 개수로 추파춥스를 키커보다 두 배 더 원하는 것일 테니까요. 우리는 이 상대적 선호도와 시장이 평가한 두 재화의 가치, 즉 가격의 비율이 일치하는 재화묶음들 중 주어진 소득 하에서 살 수 있는 최대한 많은 수의 상품을 포함 한 재화묶음이 소비자의 최적선택이 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대부분의 미시 교과서는 이 조건이 만족되지 않을 때 재화묶음안의 상품수를 바꿈으로써 더 높은 만족도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예시를 통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러한 최적선택의 도출과정은 효용이라는 수치화 된 만족감의 절대적 크기와는 무관하다는 점입니다. 경제학에서 다루는 효용함수는 서수적인 것입니다. 즉 만족감에 매기는 숫자가 만족감의 크기에 따라 커지기만 하면 되지 그것이 어떤 값을 갖느냐는 무의미하다는 것인데요, 우리는 위의 소비자의 최적선택문제 등을 경제모델을 통하여 풀다보면 눈에 보이는 숫자들에 현혹되어 가끔 이 사실을 잊게 됩니다. 특히 효용함수를 한 재화에 대해 편미분하여 그 재화의 한계효용함수를 도출하고 나면 이로부터 얻을 수 있는 각 상품묶음에서의 한계효용의 절대적 크기에 의미가 있어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효용함수가 분석의 과정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다시 생각해 보면 그 절대적 크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것을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다시 위의 최적선택문제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위에서 우리는 최적선택이 되는 상품묶음을 찾기 위한 조건으로 상대적 선호도, 즉 소비자가 평가한 두 재화의 상대적가치가 시장에서 평가된 두 재화의 가치인 상대적 가격과 일치해야 함을 언급 하였습니다. 이 분석에, 앞서 만족감의 순서를 고려하여 임의로 도출한 효용함수를 사용하면 이 조건은 어떻게 표현이 될 수 있을까요?

무차별곡면의 도출과정에서 알 수 있었던 각 상품묶음 하에서의 사람들의 각 상품에 대한 상대적 선호도는 경제학에서 한계대체율(Marginal Rate of Substitution, MRS)라고 부르며, 이것의 정확한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
  • 한계대체율(MRS) : 소비자가 만족수준을 유지하면서 한 재화를 다른 재화로 대체할 때 교환되는 두 재화의 비율(맨큐의 경제학)
그리고 이 한계대체율은 무차별곡면의, 분석의 대상이 되는 점에서의 접평면의 기울기와 같고, 이는 상품이 두개인 경우 효용함수를 각 상품에 대해 편미분 한 후 그 점에서 계산한, 두 상품의 그 점에서의 한계효용의 비율과 같게 됩니다. 두 개의 상품, 추파춥스(c)와 키커(k)를 예로 들자면;
  • 소비량 : (추파춥스, 키커) = 
  • 효용함수 : 
  • 가격체계 : (추파춥스가격, 키커가격) = 
  • 소득 : 
  • 효용수준이 인 무차별곡면 : 
하에서 최적선택인 는 와 를 만족시키는 값이 됩니다.

이 경제모델을 통한 분석에서, 각 재화의 한계효용은 그 둘의 비율로만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언급하지만 이 비율은 앞서 조사한 그 선택 점에서의 각 상품에 대한 상대적 선호도이고, 는 그저 이 비율을 수학기호를 사용하여 적은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지요.

경제모델을 통한 분석에서 우리는 Cobb-Douglas, CRRA, 또는 CARA효용함수를 자주 사용합니다. 이때 모든 것은 수치화 되어 눈앞에 펼쳐지게 되는데요,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효용함수를 분석에 적용하는 순간, 분석의 대상은 그러한 효용함수가 갖는 특징을 자신의 행동에서 고스란히 나타내는 특정인으로 한정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즉, Cobb-Douglas 효용함수를 이용하여 주어진 상품묶음 하에서 각 재화에 대한 한계효용을 알아낸 후 MRS를 도출하였다면 그 값은 Cobb-Douglas효용함수의 성격과 일치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그 상품묶음을 가지고 있을 때 각 재화에 대해 매기는 상대적 가치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