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대부분,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을 좋아합니다. 또, 이왕이면 그 결과를 얻어내는 데 들이는 자원을 적게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 자원이 시간이 되었든, 돈이 되었든, 다른 물질(원재료)이 되었든 말이죠. 한마디로, 우리는 (비윤리적, 불법적이지만 않다면) 일의 효율이
높아지는 것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일의 효율이 높아지는 것이 마냥 좋은 것일까요? 일의 효율이 계속해서 높아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림 1. Gregory Clark, A Farewell to Alms,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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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적으로, 한 사람이 소비하고자 하는 재화의 양에 한계가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아무리 밥을 많이 먹는 사람도 하루에 밥을 10끼 이상 먹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니까요. 소유하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재화도 물론 있을 수 있지만, 이 글에서는 배제하도록 하겠습니다.
편의상 완전고용상태에서 논의를 시작해 봅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1인당 산출량은 계속 증가하는데 1인당 수요량은 결국 일정한 양에 수렴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인구의 증감에 관계없이 초과공급이 발생하고[1], 기업은 생산을 줄이겠지요. 생산을 줄이는 과정에서 노동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는데 이는 곧 실업의 발생을 의미합니다. 실업이 경기변동에 의한 단기적 현상이 아니라 영구적인 현상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지요.
현재와 같이 노동을 통해 얻은 임금으로 생활해야 하는 사회구조가 유지된다면 실업자가 발생함과 동시에 그들이 소득을 잃게 되므로 기업의 재화에 대한 수요 역시 줄어들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업 차원에서 필요로 하는 노동의 양 역시 더 줄어들고, 실업은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계속되겠지요.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 기업은 생산량 및 고용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 노동 공급자의 소득과 그에 따른 수요를 고려함으로써 완전고용상태를 유지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1인당 노동시간은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또 있습니다. 대부분의 업종에서, 생산에 투입되는 노동은 최소시간 이상의 연속적인 투입이 필요합니다. 잦은 근무교대는 많은 의사소통비용을 유발시켜 효율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1인당 재화 수요량이 포화된 상태에서 모든 사람들이 각자 일하는 시간을 줄여가며 모두 일하는 상황은 인간이 일의 효율이 높아지는 방향을 추구한다는 위의 가정에 부합하지 않게 되지요. 따라서 기업은 효율성을 극대화와 수요의 극대화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의사결정을 하고자 할 것이고, 아마도 그 결정은 불완전고용상태를 초래할 것입니다. 전 인류가 먹고 남을 음식을 생산할 수 있는 사회에서도 굶어죽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부만 일하고, 그 일부가 일해서 생산된 재화가 전 인류에 고루 배분된다면 참 이상적이겠지만, 공산주의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렇게 되면 재화를 배분하는 집단이 그 권한을 남용할 수 있고, 노동의욕 역시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 인류가 생산하는 재화의 총량이 전 인류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양인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필요합니다. 이미 그 수준에 도달한 것이라면 최소한의 living standard에조차 미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는 수많은 빈곤층의 존재가 곧 지금까지의 논의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겠고, 아직 도달하지 못한 것이라면 언제 닥칠지 모를 그 상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것입니다.
생산성 향상에는 어두운 뒷면이 있을지 모릅니다!
[1]노동 이외의 다른 생산요소들이 "충분히" 있다는 가정도 깔려 있습니다.